과학의 '정치화', 선동 정치의 '종착점'의협신문(출처: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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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34회 작성일 24-06-18 11:05본문
과학의 '정치화', 선동 정치의 '종착점'
의료 개혁의 깃발을 높게 들어 올린 윤석열 정권은, 그 이유를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으로 대변되는 필수의료 붕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함이라는 나팔 소리와 함께 시작점을 잡았다.
국민의 불편함, 위기감을 최대한으로 부풀려, 이런 사태가 초래된 이유가 의대 증원을 지금까지 못하게 막아왔던 의사 집단의 단체 행동 때문이었다고 기치를 높이 들어 올렸다. 마치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면 필수의료 붕괴라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전국의 모든 공공 광고판과 방송 광고를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퍼부으면서 선동하기 시작하였다.
그 말이 맞았다면, 진실이었다면, 의료계는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좀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밥그릇이 서로 다른 일부 의료계 인사들의 작은 반발들은 있었겠지만, 필수의료의 핵심인 대학병원 교수들과 젊은 의사들의 사생 결단적 반발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평생을 필수의료에 가족의 인생과 자신의 뼈를 갈아 넣으면서 살아온 필수의료 의사들은 모두 대환영을 했을 것이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의료개혁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정부의 지하철 광고. 정부는 옥외 및 옥내 전광판, 영화관, 지하철, 엘리베이터, 공공기관 홈페이지 등에 대대적인 대정부 정책 홍보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의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의료인들은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꺼져가는 생명을 살려내는 일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행정부는 이런 필수의료 의사들, 지금까지 환자들과 동료 의사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필수의료 의사들을 현장에서 내모는 최악의 환경을 만들고 있다.
얼마 전 한덕수 총리는 페이스북에 지금 의료 사태의 어려움에도 현장을 지키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익사 직전의 아이를 소생시키기 위해 힘든 노력을 했던 의료진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는 글을 실었다. 그러나 이 글에는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이송이 불발된 이유가 아이를 결과적으로 사망하게 하였다는 아쉬움을 함께 담고 있었고, 보수 언론을 포함한 정부의 선동에 미리 입을 맞춘 언론들은 이 사건이 전공의 사직에 따른 현 의료 사태의 결과로 초래되었다는 논조로 앞다투어 보도하였다. 일상에서 환우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수없는 절규에 입을 막고 있던 언론이 의료사태를 왜곡하기 위한 정부의 홍위병 역할에는 어떻게 이렇게 입을 맞출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였다.
소아응급환자 이송 불가 상황은 전공의 이탈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료 현장에 대한 방관으로 초래되었다. 소아응급 환자의 이송이 가능하기 위해선, 소아 응급실 당직의와 응급 병상이 있어야 하고, 중환자 치료병상이 있어야 하고, 환자의 위기 상황에 대해 소신 진료 능력을 갖춘 의사에 대한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응급 소아당직의를 채용하는 순간, 응급 병상을 늘리는 순간, 그리고 중환자 병상을 늘리는 순간, 사립의료기관의 적자가 발생하도록 10수 년간 방치하였다. 게다가 소신 진료를 통해 최선을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건강에 이상이 발생하면 그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 10억원 이상의 배상을 지급해야 하는 파탄적인 의료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아이가 설사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소생이 가능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이 불가능하여 사망한 책임은, 이런 최악의 의료 환경을 패키지로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 보건복지부에 있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개혁신당의 이주영 당선자가 소아 응급의료 진료를 담당하고 있던 기간, 이런 진료 현실 패키지 환경에 위협을 느낀 동료 전문의들이 하나씩 사직하면서, 본인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술회는 당선자가 일하던 병원에서만 일어났던 일이 아니었다. 응급실이 운영되는 대학병원 및 상급의료 종합병원 중에 소아응급실을 정상적으로 열고 있는 병원은 1/3도 안 된다. 필수의료를 붕괴시킨 현실 패키지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금전적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격무를 견뎌내야 할 의사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의료 현장 현실 패키지는, 결과적으로 필수의료를 지원하고 싶어하는 의사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도달하게 만들었다. 과거에 의과대학 졸업자 중 최고의 인재만이 지원할 수 있었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전공의 지원자가 한 명도 없게 된 것이 벌써 4년이나 되었다. 어려운 수련과정을 마치고 지역에서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던 동네 소아과 의원 인력들도 더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그리고 더 막막한 미래만이 보장되어 있는 현실 환경 때문에, 병원 문을 닫는 사태에 이르게 되자, 유행성 독감이라도 발생하면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희귀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 본관 로비에서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전공의 탄압과 의대증원 정책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현장의 의료인들은 이런 현실 패키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10여 년 전부터 높여왔다. 그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있던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 책임이 의대 증원 실패 때문이었다는 뻔뻔한 거짓말로 국민을 선동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된 저변에는 과학 기술이 있다.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발전은 많은 과학자의 헌신과 세계 속에서의 경쟁,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라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 각 영역에서 세계와 경쟁하는 치열함 속에서 만들어진 과학 기술 집단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국가 중심축인 과학 기술이 정치적인 먹잇감이 되는 순간, 무너져버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가 삼류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진실이다. 그 삼류가 국가의 근간을 지키는 일류를 무너뜨리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원자력 공학 분야를 원자력 카르텔로 몰아붙이면서, 반원자력 정서를 조장하여 한순간에 무너뜨린 전 정권에서부터, 연구 기반을 무너뜨린 연구 카르텔 혁파 정책, 그리고 소위 이번에 깃발을 든 의료 카르텔 개혁까지.
이러한 개혁에는 떨어지는 콩고물에 혈안이 되어 있는 하이에나 무리가 존재한다. 지난 정권의 반원자력 친환경 정책으로 먹잇감을 챙긴 하이에나 무리에는 정권과 유착된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법조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는 지난 정권의 적폐 청산 구호 역시 기존의 카르텔을 자신들의 카르텔로 바꾸기 위한 개혁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국민을 빙자한 모든 개혁의 종착점에는 자신들이 포함된 새로운 이익 집단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 것은 이미 백일하에 드러나 있다.
국민을 파는 모든 구호에는 결국은 자기 이익을 챙기는 근본이 있음은, 가깝게는 조국 사태에서부터, 멀리는 공산 문화 혁명, 나치와 파시즘에 이르기까지, 정작 이들의 안중에는 실제 국민이 잘 먹고 잘살게 하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독선과 오만에 빠져 있는 현 정권이나, 건수만 있으면 정권 찬탈을 위해 모든 걸 내거는 전 정권이나, 이런 삼류 정치의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 집단은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들어오지 않는다.
삼류 정치 집단과 삼류 관료 집단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의료 개혁 과정에는 얼마나 많은 하이에나가 먹잇감을 노리고 있을지 섬뜩하기만 하다.
의료 개혁은 시작점부터가 잘못되었다. 거짓말과 선동으로 시작된 의료 개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의사 집단은, 이런 상황에서도 콩고물이 떨어지는 걸 계산하고 있는 하이에나 무리 이외에는 있을 수가 없다.
사직 전공의들이 4월 1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점 재검토는 행정부의 거짓말을 되돌릴 수 있는 당연한 요청이다. 성스러운 직업의식을 갖추고, 환자의 건강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던, 대한민국의 참의사들은 정부의 거짓말에 타협하는 순간 인술이라는 직업 가치가 땅바닥에 떨어짐을 알고 있다. 지금 많은 의사가 길거리에 내몰려 있어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재검토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면, 그동안 말해왔던 의료 개혁의 이유가 거짓말을 통한 선동이었다는 것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환자들과 의사들의 관계를 이간질하는데 동원한 모든 공익 광고가 어떤 하이에나 집단에 콩고물을 제공하기 위한 선동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국민적 지지가 떨어지는 정도의 대가보다 그 규모와 파괴력이 엄청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회 의석수를 말아먹더라도, 그 진실까지 검증 당하게 할 수는 없다는 처절함 때문일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가 사직서를 작성하고 있다.
국가의 근본을 지키는 일류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것을 개혁이라고 참칭하는 것은, 삼류도 못 되는 우리 정치의 처참함 이외의 어떤 다른 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 참담함을 억누를 수가 없다.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국격을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정치에 발끝 하나라도 몸을 담고 있는 모든 정치인은 지금부터라도 석고대죄하고,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
모든 권리는 헌신의 크기만큼 주어져야 한다. 권력의 크기도 마찬가지이다. 구호나 선동으로 만들어진 권력 행사는 당장은 성공하는 것처럼 보여도, 폭망의 지름길이 됨은 이미 많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를 미국의 대통령까지도 부러워할 정도의 세계 초일류로 만들어 온 의료계에도, 헌신의 크기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탑은 모래 위에 세워진 신기루와도 같은 탑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 정책의 지향점대로라면, 필수의료 의사들은 비필수 의사 동료에게 돈은 돈대로 못 벌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동정의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팔푼이 낙수 의사로 영원히 낙인 찍힌 상태로 남을 것이다.
가족의 인생까지 모두 갈아 넣으면서 살아왔던 의사들에 대한 보상은 생각도 안 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그들에게 건강을 위탁하고 있는 환자가, 그리고 국민이 지켜줄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우리 의료의 현실이라면, 우리나라 의료에는 영원히 미래와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의협신문(http://www.doctor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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