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을 `정치`로 끌어들인 尹 정부, 의료대란 책임은 정부에 있다 출처 : 디지털타임스 | 네이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0회 작성일 24-03-07 12:04본문
정부, "집단행동 절대불가", '의료개혁' 목표 장기전 태세
의대 교수들은 잇단 '사직서·성명'으로 항의..."정책 선후 잘못돼"
둘로 갈라진 국민..."오만과 불통, 문 정권과 뭐가 다른가"
장기화될 경우 오세훈 무상급식 사태 가능성
악마는 디테일에 있어...한동훈 위원장이라도 나서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 집단 간 갈등이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착수하는 한편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교육부에 이어 검찰과 경찰까지 공권력을 총동원, 의사 집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의사 집단에선 전공의들의 사직과 의대생들의 집단휴학에 이어 전임의 사직과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성명서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에선 '비폭력·무저항·의사 직업의 자발적 포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며, 대형 병원들은 병동 축소·간호사 무급휴직 등으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필수·지역 의료 붕괴 우려는 의료계가 오랫동안 지적해왔던 것인데 정부는 왜 이제야 국민 생명과 건강이 달려있는 의료 개혁을 단기에 무리하게 시행하려 하면서 의료대란까지 초래하는 것일까?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필수·지역 의료 재건이라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보다는 전국의 의대들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정원 대폭 확충을 들고 나옴으로써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태로 몰고 가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尹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대형병원, 중증환자 중심으로 개편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절대 허용할수 없다"며 의대 증원에 대해 물러설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직접 개최하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비정상적", "책임방기"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녹색 민방위복 차림의 윤 대통령은 "여전히 대다수 의사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를 보다 강화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의 중심의 인력 구조로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며 "소위 '빅5' 병원에 대해선 "중증, 희귀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무회의에서는 "국민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며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전날부터 의료현장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의사면허 3개월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전날 수십명에게 먼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으며, 이날부터 본격적인 발송을 시작했다. 대상자가 8000명 안팎으로 많은 만큼 발송하는 데만 길게 보면 한달가량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는 사회주의에서처럼 공공재가 아냐…의료대란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국민들이 '빠르고, 싸게, 전문 의사에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다.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것처럼 외국에선 전문의의 진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으려면 몇달을 기다려야 하고, 비용도 우리보다 수배, 수십배가 더 든다.
정부 주장처럼 대한민국의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우리의 의료 서비스 수준이나 국민들이 필요할때 의사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접근성이 형편없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다.
한국의 의사밀도(10㎢당 활동의사 수)는 13.04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세번째로 높다. 도시와 농촌 간 의사밀도 차이는 OECD 14개국이 1.8명(도시 4.7명·농촌 2.9명)인 반면, 한국은 0.5명(도시 2.6명·농촌 2.1명)으로 일본 다음으로 작다.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OECD의 필수의료서비스(Essential health service)의 접근성과 품질 평가에서도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수위다. 우리나라는 필수 의료 서비스에서 2019년 영국 다음으로 2위였으며, 2021년 평가도 아주 높은 편이다. 의사 수가 필수의료 체제 유지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변수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어느 나라나 '100% 의료 접근'이 보장되는 나라는 없다"며 "당장 정원을 안 늘리면 큰일 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과연 맞는 말인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99.2%는 원하는 날 외래진료가 가능하고, 접수 후 대기시간은 은행보다 짧은 평균 19.9분이다. 백내장 수술을 받기 위해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환자 비율이 OECD의 경우 44%인 반면 한국은 당일 가능하다. 뇌경색환자의 사망률은 한국이 OECD 평균의 절반 이하며,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스위스에 이어 세계 2위로 낮다. 의사 수가 태부족하다면 의료 서비스도 형편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의협 측 주장이다.
의사 수가 적은 데도 이처럼 대한민국 의료 접근성이 높은 것은 하루에도 수십명의 환자를 볼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기인하고 있다. 전국 단일 의무 의료보험 체제를 갖고 있는 한국은 의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댓가(건강보험 수가)가 원가에 훨씬 못미친다. 그래서 대형 병원이든 개업의든 환자를 많이 보지 않으면 경영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빅5 대형 병원들이 기형적으로 '값싼' 전공의들을 많이 쓰는 것은 이런 이유다. 전공의 대신 의사들을 썼다간 당장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말'과 '선후' 바뀐 최악 정책 추진과정…무능한 보건복지부
정부의 이번 의료 개혁 추진은 본말과 선후가 뒤바뀐 최악의 정책으로 평가할 만 하다. 필수·지역 의료 문제를 푸는 게 핵심인데 이는 놔두고 의대 정원부터, 그것도 의료계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2000명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대화 통로는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현 의대 정원의 65%를 한꺼번에 늘린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후 이제 와서 필수의료의 수가를 올려준다거나,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이 과도하니 전문의 중심 인력구조로 바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공의들이 일개 '머슴'으로 주당 80시간, 100시간씩 일해온 것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말이다. 또 의사들의 의료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법안을 이제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모두 의료계가 필수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정부측에 요구해온 사항이다.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실 사건으로 소아과 교수를 구속 기소하자 소아과 지원자가 전멸했으며, 자살 시도로 건물에서 떨어져 뇌출혈이 생긴 응급실 뺑뺑이 환자를 진료보고 타 병원에 전원시킨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피의자로 수사를 받았다. 이처럼 의료행위가 민사를 넘어 형사 처벌 대상이 되니 누가 수가도 형편없는 필수의료를 하려고 하겠느냐는 게 의료계의 호소였다.
◇"불통과 오만의 윤 정부…국민 갈라치기한 문 정권과 뭐가 다른가"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서 비롯된 출발한 정부와 의사 집단 간 갈등은 국민 전체로 확산돼 국민들을 둘로 나누고 있다.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치기해 비열한 통치수단으로 삼은 건 문재인 정권의 특기였다. 문 정부는 국방과 외교,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좌파 이념을 앞세워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모시켰다. 그런데 이번엔 윤석열 정부가 의료 개혁을 명분으로 국민들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의도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의료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국민 건강마저 정치적 논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6일 2000명이라는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했을때 아무도 규모가 그처럼 클지 예상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정원 증원의 근거로 든 논문 3편 중 2편도 논문 저자가 의도와는 다르다고 해명할 정도로 논란이 있었다.
이처럼 '무자비하고 비과학적인' 증원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허술한 보고에 윤 대통령이 넘어갔거나, 윤 대통령 자신의 신념에 따른 것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의대 정원 2000명을 한번에 증원하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는 걸 정책을 오랫동안 만들고 시행해온 정부 고위 관료라면 누구라도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조급하게 시행하는 것은 정부내에서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요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시에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 필요하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관계자들이 집단사고(group thinking)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깨우침과 통찰을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윤 정부에는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 이는 윤 대통령에게도 '오만과 불통'의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게 함으로써 국정 수행에 방해가 되고 있다.
◇보수 정권 맞나…한동훈 위원장이라도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은 틈만 나면 '자유주의'를 외친다. 그런데 유독 의사에 대해서만 공공재라며 국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지금도 의사들은 건강보험 수가에 의해 소득도, 근로시간도 좌우되는 집단인데 말이다. 게다가 정부 계획대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려면 가뜩이나 서민들에게 부담이 큰 건강보험료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윤 정부는 또 연일 민생대책회의라는 명분으로 이 지역, 저 지역에서 장밋빛 미래를 안겨주기에 여념이 없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를 전부 실천하려면 수백조원이 들 것이라며 선거용 아니냐고 주장한다. 경상도가 고향으로 윤 정부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한 전공의는 윤 정부가 보수의 철학과는 너무 다르다며 지지를 접었다고 했다.
일부 은행들의 평균 연봉이 2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의사들의 평균 소득도 이들을 조금 웃돌거나 대기업 임원 수준이다. 의대 정원의 급격한 확대가 현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사들의 주장에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의사들을 '제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집단으로 도덕적으로 매도하고, 1만명에 가까운 전공의들을 사법처리해 앞길을 막는 정책은 비록 그 의도가 선하다고 해도 100% 찬성할 순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
전공의들이 전문의 따는 걸 포기하고, 의대생 태반이 휴학으로 올 한해를 쉬어야 한다면 필수의료는 더욱 악화되고,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의 위험까지 몰릴 것이다. 지금이야 정부 지지 여론이 높겠지만 의료대란이 현실화될수록 정부가 수세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오세훈 서울 시장의 무상급식 사태와 닮아가는 것 아닌가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릇 협상에선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기긴 힘든 법이다.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야 합의에 이를 수 있다. 의사를 제 밥그릇만 아는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고, 국정의 최후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스스로 협상의 여지를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다. 처음부터 2000명을 못박고 대화하자고 하면 어느 누가 대화에 나설 것인가. 의사들은 정부나 국민의 적이 아니다.
이번 의료대란 사태가 장기화되면 정부와 국민의힘에도 향후 큰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 4월 총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계 의료계에선 이번 사태를 보고 'north Korea'에서 일어나는 일이냐고 묻는다고 한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라도 나서 합리적 수준에서 의대 정원에 합의하도록 해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 보수가 사는 길이다.
- 이전글의대 증원 주장한 총장은 與, 교수는 野 비례 신청… 의료계 “이게 말이 되나” (출처: 조선일보) 24.03.07
- 다음글의사의 굴복을 원한다면 출처: 중앙일보 24.03.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